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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2학년 11월쯤인가... 지금도 그렇겠지만 내가 다녔던 여고에서는 아이돌이나 좋은 곡들 무대 영상이나 뮤비를 자주 틀어놓았다. 나는 그 때 청소시간에 수능공부(나의 미래를 이 때는 알지 못..)를 하고 있었다. 비트가 쿵쾅쿵광하길래 궁금해서 모니터를 향해 돌렸고 그게 나와 본진의 랜선 첫 만남이었다. 어떻게 딱 본진 벌스에 고개를 돌렸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신기할 따름이다. 만약 본진 벌스가 이미 거의 다 끝나는 상황이었다면 난 덕질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곡은 에픽하이의 'born hater'였고 그 랩퍼는 위너의 송민호였다. 


 나는 랩 아니, 모든 음악에 다 문외한 이었다. 그 유명한 연예인들 이름도 몰랐다. 아 또 까먹었는데 그 반창꼬 나오신 남주분.. 아무튼 이정도였는데 그렇다고 공부만 파던사람도 아니어서 내가 봐도 신기할 따름. 신기하게도 공부 엄청 못했었다. 덕질하고도 전교권에서 달리던 애들도 있다. 덕질과 성적이 정확히 반비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난 반비례한 케이스. 누가 나에게 후회하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할거다. 그런데 가끔 내가 덕질을 안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덕질과 유학관련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말해야지)


 지금 와서를 는 많이 후회하고 있지만 아이돌 더쿠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중에 하나가 "어차피 걔들은 너의 존재도 모르잖아"이다. 이 글을 보는 사람은 이해가 안되더라도 절대 이말을 더쿠들 앞에서 함부로 내뱉지 말자. 나는 그 망언을 우리 반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내가 미친 여자라고 생각한다. 뇌가 가출했었나보다. 진짜 내가 덕질할 때 마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부분이다. 친구들아, 아직도 덕질 열심히 하고 있니? 별로 안친했었지만 그립다 애들아. 나중에 만나면 술 사줄게...


 애니메이션 '몬스터 호텔'에서 몬스터가 첫 눈에 반할 때를 '징'이라고 말한다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단어 그대로 '징'했다.(그 때 민호는 열심히 님이 18년도를 외치고 있었다는건 안비밀...) 덕질의 ㄷ도 모르던데가 미친듯이 덕질하게 됐던 계기가 되었다. 보통 어릴 때 덕질하는 아이돌을 이성적으로 좋아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내 생각에는 외모도 물론 잘생겼지만 목소리에 반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든다.(그래서 대도님을 좋아해서 열심히 방송봤었지. 솔직히 이게 첫 덕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1때부터 22살까지도 열심히 방송 보고있다. 요즘은 공포 쭈끄르 많이 안하셔서 아쉬울뿐) 진짜 민호 처음으로 노래듣고 사진보고 그럴때는 첫 사랑처럼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의 말 한마디 제스처 하나가 날 설레이게 했다. 그래도 덕질 열심히 하면서 이성적인 감정은 줄어들고 내 새끼 살린다는 전투감에 불타올랐다.(할 말이 많다)


 공식 팬클럽. 아이돌 덕후들이라면 모두 아는 소속사에 돈을 내고 얻을 수 있는 팬클럽 회원 칭호. 카드와 공식굿즈가 집으로 배송되고 특별혜택이 생긴다. 하지만 내가 덕질을 시작할때는 이미 1기 추가 모집이 끝난 상태였고... 과거의 난 내가 2기 회원 모집이 2018년도에 오픈될거란걸 생각지도 못했다...(이때만 해도 양현석... 좋은 회장인줄로만 알았다.입틀막) 드디어 첫 공식으로 곧 음방을 뛰게된다(비공으로도 뛰긴했음)


 입덕 후, 떡밥은 너무나도 적었다. 아껴먹을 생각을 못했던 나는 금방 바닥 나 버린 떡밥에 허덕였고 그 다음 해 처음으로 방송을 라이브로 봤던게.... 쇼미 더 머니3였다.... 정말 나도, 내 덕후 친구들도 말하는 애증의 방송 쇼돈... 민호의 말 실수로 엄청난 악플이 달렸고 그걸 본 나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나는 인터넷 상에서도 어그로는 없고 사람들이 일반인처럼 말하는 줄로만 알았다. 이때부터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 마음 쿠크다스였는데 그때 많이 힘들었다. 그나마 지금 쇠쿠크정도는 된듯. 그래도 무엇보다 힘든건 민호와 가족들이었겠지. 해줄 수 있는건 기도밖에 없었다. 지금도 민호 기사나오면 그 분들이 걸고 넘어지시던데 이건 민호가 연예계 떠나지 않는 이상 끝까지 안고 가야할 문제겠지. 반성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팬으로서 많이 안타깝다. 그래도 덕질 처음을 쇼돈으로 시작해서 안떠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쇼돈에 나와서 겁이라는 명곡을 만들어냈으니 중병주고 감기약 준 느낌이다. 차마 병주고 약주고라고 말하긴 화나서...


 유일한 떡밥은 쇼돈은 팬들에게 똥을 줬지만 엄청난 떡밥 가뭄기로 팬들이 대거 탈덕하고 남은 팬들은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냈다. 진짜 그 때 애들 인별도 없어서 죽었는지살았는지도 모를뻔했는데 다행히 중간에 공식 계정 생겨서 소통이 많아졌지... 또 개인 계정도 생기고. 그걸로 간신히 버텼다. 그러고 나온 두번째 앨범 선공개곡이 민호랑 태현이 곡인 사랑가시였고 곡이 마이너 해서 그랬는지 성적이 좋진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 노래 겁나 좋아했다. 아직까지도 노래방에서 잘 부르는 곡. 혼자부르기엔 음역대가 번갈아가면서 정신사나워서 좀 힘들다. 


 이때 덕질 정말 미친듯이 했다. 대학교 1학년이라고 용돈 올라가고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덕질하고 다녀서 학점을 개판으로 말아먹었다. 학고 안맞은걸로 감사히 여기는 중이다. 이 때 애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기전 나는 외블리에게 한통의 디엠을 받았다. 프로그램 번역러를 찾고있다는 메세지였다. 오지랖이 오지게 넓었던 나는 아직 번역러를 한 명도 못구했다는 말해 대신 구해다 주었고 결국... 팀장이 되었다. 외블리에게는 말하진 못했지만... 나는 구해다만 주고 빠질 생각이었는데 왜 팀장이 되어있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너무 물 흐르듯이 되었어... 영어를 1도 못하는 나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몇개월동안 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인생 덕후 토모들도 만나게되었다. 진짜 대학교 친구들보다 친한 내 어깨들.. 애들이야기보다 뻘소리가 훨씬 많지만 그래도 인생친구들을 만난 것 같아서 번역하면서 너무 뿌듯했다. 


 아 참고로 번역하니까 든 기억인데 나는 일코를 하지않는다. 부모님에게는 일코하다가 들켜서 대놓고 덕질하지만 내 덕질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뭔가 집안에서 내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달까? 우리엄마가 들으면 개풀 뜯어먹는 소리 한다며 핀잔놓겠지만 ㅋㅋ 그래서 오죽하면 내 전 지도교수도 내가 덕질하면서 번역한거 알고계시고 그냥 우리 과 애들이 다 알고있다.(일화로 교양시간에 철없어 알람 울러퍼져서 수치플 당한 기억이 있다. 교수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 복학하면 일코 좀 해야겠다. 너무 티 내고 다녔어...지키질 못할 약속이겠지만... 


 이렇게 많은 추억이 담긴 애들의 EXIT:E앨범도 정말 나에게도 위너에게도 아픈 손가락 앨범이다. 내 덕질 시작 후 첫 앨범이자 다섯명의 마지막 앨범이었다. 태현이가 나가기 직전 오프 뛰면서 태현이에게 좀 감동먹었던 상태라 큰 충격이었고 난 울지않을 것 같았지만 정말 한동안은 혼자 있으면 울었고 애들 노래를 듣지 못했다. 누군가는 나보고 유난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애들의 화음에 미쳐있던 나는 이제는 이 화음을 듣지 못한다는 생각에 오열했다. 내가 좋아하던 곡들 중 하나가 그리워해요 커버 곡이었으니. 노래방가서 데뷔앨범이나 태현이 솔로곡 부르면 가끔 디비디 영상에 완전체 모습이 나오면 그때 생각이 나서 노래부르다가 울어서 노래 절반이상을 못불렀다. 지금도 가끔 우는데 안울려고해도 기사가 뜬 그 날이 생각이 나서 많이 힘들다. 강의 다 끝나고 스쿨에서 내려서 집가고 있었는데... 아직도 그리운건 마찬가지지만 서로 각자의 길을 열심히 응원해 주고 있다. 팬들 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정상에서 서로 멋있게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한 번쯤은 콜라고 앨범 내줘.. 나 그럼 또 엄청 울고 있겠지. 입에 주먹넣고 울거야. 


 솔직히 민호로 입덕했지만 올팬이 되고나니 태현이가 빠지고 나서 그 충격으로 애들에 대한 마음이 떠나고 있었었다. 애들이 잘못한건 전혀 아니다만, 솔직히 애들보단 그 분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덕질 못하겠는데 테러당할 것 같으니 넘어가야지. 그래도 애들 오프는 내가 바쁜거 아닌이상 열심히 다녔다. 랜선 덕질을 안해서 그렇지... 풀이랑 아랜 엄청 좋아한다. 민호 이번 두번째 솔로 앨범 너무 기대된다. 스포를 좀 당한지라 너무 내 스타일이라 행복하다. 얼른 컴백 좀 해줘 민호야.. 근데 그전에 20일에 앙콘 티켓팅부터 성공해야 할텐데 심히 걱정이다. 워낙 똥손인지라 망하기 때문이다.


 내가 애들에 대한 마음이 잠깐 쉬어갈때 쯤 Friends를 듣고 Anne marie에게 빠졌다. 음악 스타일이 워낙 내 취향이라 헤어 나올 수 없다. 반대로 태현이 음악취향이 나랑 반대라 모든 곡을 다 좋아하기는 힘들다. ㅠㅠ 내 취향으로 몇개 노래 좀 내주라.. 위너는 뭐 당근 내 취향이고 가끔 아닌거 나오긴 한다만 말을 아끼겠다. 그래서 마리 덕질하면서 트위터 계정 만들었는데 보통 다 겸덕으로 파서 앤마리만 파는 더쿠는 내가 못발견했다. 그래도 가장 최근에 나온 뮤비의 곡, Perfect to me(원래 곡 이름이 perfect인데 애드시런이랑 겹쳐서 바꿔서 뮤비낸 것 같다.) 사실 타이틀이 아니여서 뮤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뮤비가 나와서 너무 깜짝놀랐다. 감독이 누군지 뮤비 컨셉 잘잡았다. 솔직히 영국 싱어송라이터라 언어가 달라서 덕질하기 힘들지만 신곡 나오면 열심히 들어보는 정도로만 덕질할려고 생각중이다. 그래도 입덕하자마자 첫 앨범 나와서 친필사인 영국아마존에서 직구해서 샀다. 다음 앨범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도 앤마리는 위너와는 다르게 피쳐링도 많이하고 활동을 많이해서 떡밥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덕질하기 힘들다. 왜 중간이 없을까.


 사실 생략한 이야기도 많지만 내 덕질 인생이 다른 사람에 비해 루즈하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애들이 있어서 고등학교를 행복하게 보냈고 대학교도 애들이랑 같이 보낼거다. 애들의 곡은 나에게 정말 친구가 되기도하고 상담사가 되어주기도하고 가족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만큼 음악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힘들거나 다른 사람을 위한 덕질보다는 편하고 나를 위한 덕질을 하고 싶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지 누가 나를 그만큼 사랑해주나. 아무리 연예인이 팬들을 아껴도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를 사랑해야지 스스로에게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배로 나누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애들과 내가 서로 발전하는 관계, 시너지가 되어주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애들과 같이 후반, 이십대 초중반을 달려가는 지금, 끝까지 그들이 나의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주고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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